기아, 미국발 관세 직격탄...7800억 증발에도 선방한 비결은?

기아, 미국발 관세 직격탄...7800억 증발에도 선방한 비결은?

2분기 실적, 매출은 사상 최대지만 이익은 ‘뚝’

기아, 미국발 관세 직격탄 썸네일

기아가 2025년 2분기 역대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1%나 감소했다. 그 배경에는 미국발 자동차 관세 충격이 자리잡고 있다. 기아가 밝힌 바에 따르면, 2분기에만 관세로 인한 손익 영향은 무려 7860억 원에 달했다. 이는 단순한 수출 타격을 넘어서, 실질적인 영업이익 구조에까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는 이번 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29조3496억 원, 영업이익 2조764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4.1%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10분기 연속 이어져 오던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기록도 결국 깨졌다.

미국발 관세 여파 본격화…현대차에 이어 기아도 충격

현대차에 이어 기아 역시 미국의 무역정책 변화에 따른 후폭풍을 정면으로 맞이하고 있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및 전기차 관련 세제 혜택 기준 강화로 인해, 국외 생산 차량에 대한 관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주 원인이다. 기아는 5월부터 본격적인 관세 영향을 받기 시작했고, 그에 따른 영업이익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기아 재경본부장 김승준은 “관세라는 외부 변수가 없었다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 유지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더욱 어려운 환경이 예상되지만, 이를 체질 강화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판매량은 성장세…전기차·하이브리드가 주도

관세 부담 속에서도 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2025년 2분기 전체 판매량은 81만4888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이 중 국내 판매는 14만2535대로 3.2% 증가했으며, 이는 픽업트럭 ‘타스만’과 전기차 ‘EV4’ 등 신차 출시 효과가 컸다.

해외 시장에서는 서유럽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긍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미국에서는 ‘카니발 하이브리드’와 ‘K4’ 등의 신차가 판매를 견인해 4.1% 증가했고, 인도는 연초 출시한 ‘시로스’ 효과로 9.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판매도 크게 늘어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한 18만5000대를 기록했다.

하반기 전략: EV 풀라인업, 하이브리드 확대

기아는 하반기에도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과 소비 위축,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는 ‘친환경차 중심의 포트폴리오 강화’와 ‘시장별 유연한 생산 및 공급 조절’을 내세우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스포티지·쏘렌토·카니발 등 하이브리드 모델 확대를 통해 판매 기반을 다지고, 하반기에는 EV5, PV5 등 전기차 신차를 잇달아 출시해 전동화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생산시설의 유연한 운영을 통해 관세 및 규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RV 차량에 하이브리드 비중을 높여 수익성 개선을 도모한다.

유럽 시장 역시 EV4를 포함해 EV3, EV5, PV5 등을 전면 배치해 전기차 입지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관세 리스크 속에서도 ‘기본기 강화’로 돌파 시도

기아의 현재 상황은 외부 변수에 흔들리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민낯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하이브리드, 전기차로 대표되는 친환경차 확대 전략과 시장별 탄력 대응은 기아의 체질이 예전보다 훨씬 단단해졌음을 방증한다.

관세라는 불가항력적 변수에 직면했지만, 기아는 이를 단기적 손실로만 바라보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생산·판매 구조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실적 악화 속에서도 친환경차 판매 증가와 지역별 전략 대응을 통해 안정적인 기반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은 주목할 만하다.

함께 주목할 계열사 ‘현대모비스’…전장 사업이 성장 견인

한편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같은 기간 동안 매출 15조9362억 원, 영업이익 8700억 원으로 각각 8.7%, 36.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 내 전동화 부품 생산공장 가동과 고부가가치 전장 부품 확대가 실적 개선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는 기아의 전동화 전략이 단순히 완성차에 그치지 않고 그룹 차원의 밸류체인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관세 리스크와 글로벌 수요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선, 기아의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전략뿐 아니라, 현대모비스와 같은 부품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어떻게 확대해 나갈지도 관건이 될 것이다.

관세의 그늘, 하지만 기회의 창

관세라는 외풍에 맞서 기아는 실적 방어에 성공했고, 하반기에도 친환경차 중심의 전략으로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미국 중심의 무역 장벽은 단기적 위기를 야기했지만, 동시에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한 점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기아가 관세 리스크를 어떤 방식으로 흡수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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